2016년 6월 19일 일요일

‘빅브러더’ 꿈꾸는 구글, 정보주권까지 넘본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그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목표가 없으면 수집한 데이터는 단지 쓰레기일 뿐



[ 기사 원문 ]

한국 지도정보 끊임없이 요구하는 구글



4일 동아일보 단독 보도로 구글이 한국 지도 반출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진 뒤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지도 반출에 대한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구글의 한국 지도 반출 논란은 ‘안보’와 ‘산업’, ‘정부’와 ‘기업’, ‘한국’과 ‘미국’이라는 다양한 가치가 섞여 있는 복잡한 문제다. 겉보기에는 단순히 ‘지도 데이터를 주느냐 마느냐’의 문제 같지만 그 안에는 안보 이슈뿐 아니라 정보주권, 산업주권과 같은 중요한 문제들이 내재돼 있다. 과연 어떤 선택이 궁극적으로 한국 이용자와 한국 사회를 위한 것인지 깊이 있게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구글의 미래에 지도는 필수

최근 구글은 한국 정부로부터 지도 반출 허가를 얻기 위해 대정부 로비뿐 아니라 언론 홍보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구글은 해외로의 한국 지도 반출을 제한하는 국내법을 ‘규정’이 아닌 ‘규제’라고 전제하고, 지도 반출 금지 해제가 곧 ‘규제 개혁’이라는 논리를 폈다.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개혁 관련 회의에도 직접 참석해 지도에 대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또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해외로 나갈 국내 스타트업이 국내에서 미리 구글지도를 경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을 꼭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내 정보기술(IT)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이는 규제 개혁과 창조경제, 스타트업을 국정 과제로 내건 현 정부를 의식한 전략적 키워드일 뿐, 구글이 한국의 지도 데이터를 절실히 원하는 건 결국 신산업 전개와 빅데이터 확보 때문이라는 것이다. 앞으로의 산업은 IT가 중심이고, IT산업은 모바일이 모든 것인데, 모바일의 핵심은 바로 지도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도 데이터가 없으면 구글의 혁신적인 모바일 서비스는 대부분 돌아가지 않는다. 구글 지도뿐 아니라 구글 내비게이션, 내비게이션 기반 광고, 구글 무인차, 구글 글라스, 구글 사물인터넷, 구글 드론 등 각종 서비스가 먹통이 된다. 이용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데이터를 주고받으려면 지도 데이터를 통해 해당 기기의 물리적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 IT업계 엔지니어는 “앞으로 구글에서 또 어떤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지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게 무엇이든 지도 데이터가 없으면 구동이 안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국, 포기할 수 없는 알짜시장

구글은 세계를 지배하는 IT회사다. ‘작은 한국 시장에서의 신규 사업 따위는 포기하면 그만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IT업계 관계자들은 “그냥 포기하기엔 한국은 꽤 아까운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매출’과 ‘데이터’가 바로 그것이다. 구글이 한국에서 올리는 정확한 매출은 구글 외엔 아무도 모른다. 구글코리아는 유한회사 형태라 외부 감사나 공시 의무가 없다. 하지만 IT업계는 지난해 구글이 국내에서 수조 원의 매출과 1조 원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구글이 거의 독점하고 있는 앱 장터(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만 총 3조 원이 넘는 매출과 1조 원에 육박하는 수익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국가 자체는 작지만 규모 대비 수익은 매우 큰, 한국은 그야말로 알짜배기 시장인 셈이다.

또 다른 이유는 데이터 확보다. 글로벌 IT업계에서 구글의 데이터 사랑은 유명하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이터 수집에 대한 구글의 관심은 거의 집착 수준”이라며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데이터일지라도 절대 버리지 않고 축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금광 같은 존재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와 새로운 기술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 높은 인터넷·스마트폰 이용률, 인구 밀집도 등 모든 면에서 한국만 한 데이터 생산국이 없다.

실제 이미 구글은 한국 시장에서 엄청난 빅데이터를 가져가고 있다. 구글의 국내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점유율은 76.7%다. 이는 안드로이드 OS를 통해 수천만 개의 스마트폰에서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막대한 양의 개인 데이터가 구글의 해외 서버로 넘어간다는 뜻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구글 사이트 검색창에서 발생하는 검색어 데이터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구글이 한국에서 가져가는 데이터 총량은 가늠조차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 데이터 반출은 빅데이터 반출 

만약 구글이 지도 데이터 확보를 통해 구글의 신규 서비스를 국내에서 전개할 수 있게 되면 매출 증대와 함께 각각의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최근 구글이 주력하고 있는 차량용 OS ‘안드로이드 오토’는 스마트폰 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차량용 OS 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크다. IT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안드로이드 오토 OS를 기반으로 각종 위치 기반 서비스를 전개하는 게 목표”라며 “내비게이션 광고부터 차량용 엔터테인먼트, 앱마켓에 이르기까지 차량용 OS 생태계가 구글 중심으로 짜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를 들어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지나가게 되는 업체의 광고가 내비게이션에 자동으로 뜨거나 할인 쿠폰이 전송되는 등의 각종 부가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내비게이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제 구글은 안드로이드 오토에서 뮤직 등 다른 서비스 API(프로그램 명령어 덩어리)는 타 사업자도 참여할 수 있게 열어주지만 지도 API만은 오픈하지 않는다”며 “결국 차량용 OS의 ‘브레인’이라고 할 수 있는 지도만큼은 구글맵만 가져가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결국 지도 데이터 반출은 겉보기엔 지도 데이터만 나가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이를 통해 엄청난 양의 각종 국내 빅데이터가 함께 해외로 나가게 되는 것이다. 국내 IT업계가 ‘구글이 한국 지도를 이용하고 싶으면 국내에 서버나 데이터센터를 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도 이 때문이다.

IT업계 관계자는 “빅데이터는 정보화 시대의 ‘원유’라 불리는 자원”이라며 “특히나 국내 기업들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도 각종 법규 때문에 활용을 못하는 상황인 만큼 구글이 이를 해외 서버로 가지고 나가 마음껏 가공하면 역차별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인공지능(AI)의 진화에서도 볼 수 있듯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할수록 서비스는 고도화된다. 막강한 자금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구글이 이미 압도적인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이용자 데이터까지 결합되면 이제 막 시작 단계인 한국 서비스들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는 게 IT업계의 논리다. 데이터 분야의 한 전문가는 이 같은 상황을 “국산 농산물을 국내에서는 못 먹는데, 해외에서는 공짜로 가져다 요리하고, 되팔기까지 하는 셈”이라고 비유했다.


IT업계 “정보주권 지키려면 국내 서버 필수”

IT업계는 구글이 서버를 국내에 두지 않는 한 지도 데이터 반출은 빅데이터 반출이며, 이는 정보주권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라고 본다. 본사와 주요 경영진, 서버가 해외에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나 한국 이용자들이 국내의 어떤 정보가 어떻게 얼마나 넘어가며, 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알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옥시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 설령 이용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외국계 기업의 특성상 확인이나 시정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실제 과거 구글은 이와 관련해 물의를 빚은 전력이 있다. 2009년 발생한 ‘와이스파이(WiSpy)’ 사건이 그것이다. 이는 구글이 특수차량을 통해 국내 각지의 공개된 와이파이망을 오가는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한 사건이다.

당시 한국 검찰은 구글코리아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하지만 구글 측은 컴퓨터 전원을 내리고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시키는 등 수사를 방해했다. 

추후 검찰은 구글코리아가 국내에서 확보한 개인정보를 하드디스크 145개에 담아 본사로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구글 본사 직원에게 소환 요청을 했지만 구글은 응하지 않았다. 결국 사건은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한 채 기소중지됐다.

구글의 ‘모르쇠’ 태도는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달 카카오는 “구글이 고의적으로 카카오의 게임과 서비스 앱을 구글 플레이에서 검색되지 않게 차별하고 있다”며 구글에 거세게 항의했다. 하지만 구글은 “문제가 없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았다. 세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구글이 과연 한국에서 돈을 얼마나 버는지, 세금은 그에 맞게 내고 있는지 수년째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구글의 답변은 “내고 있다”가 전부다. 최근 옥시 사태와 관련해 기소된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의 거취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출처: http://news.donga.com/Main/3/all/20160618/78729610/1